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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수업/수업 기록

#6 상황 만들기 (장소)

by 산티아Go 2020.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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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를 만들 때 배우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장소를 구체적으로 그려 넣으면 내가 가질 수 있는 범위가 그만큼 넓어진다.

 

 

 

우선은 작은 공간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범위 만들기에서 가까운 거리부터 몰입을 시작했듯이 장소도 동일하다.

 

극의 장소를 인용하여 그려 넣어도 좋고 연습을 할 때에는 본인의 상상력으로 그려 넣어도 무방하다.

 

작은 방안에 대상의 위치를 우선적으로 그려 넣은 후 세부적인 것들을 잡아간다.

 

예를 들어 나는 햄릿을 연기할 때 덴마크의 왕자가 가지고 있을 만한 장식들, 물건들을 찾아보고 정리했다.

 

그리고 종이에 방을 그리고 그 안에 대상과 물건들 장식들을 그려 넣었다.

 

어느 정도 그림이 완성이 되면 빈 방이나 깔끔한 방에 들어가 그림의 장식, 물건, 대상들을 상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장소를 완벽하게 그려 넣기란 쉽지 않다.

 

오른쪽 정면에 그려 넣었던 장롱이 왼쪽에 깃대를 상상하다 보니 사라져 있었고 물건, 장식 등을 넣다 보니 처음에 잡아놨던 대상의 위치가 흔들리던 때도 있었다.

 

어떤 때는 내가 그려놓았던 물건이나 장식들이 바뀌고 헷갈릴 때가 있다. 물건의 모습이 생각이 안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럴 때마다 다시 그림을 확인하고 다시 그려 넣기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그려나가다 보면 상황을 유지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장소를 그려 넣으니 몰입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무대에 올라가서가 어렵다는 것이다.

 

무대는 당연히 방 안이 아니고 나를 쳐다보는 관객들은 내가 생각했던 장식이나 물품들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제4의 벽을 만들어야 한다.

 

제4의 벽은 공연 내내 절대 허물어서는 안 된다. 한 번 허물어진 벽은 계속해서 허물어지고 완전한 몰입을 방해할 것이다.

 

물론 극의 특성상 제4의 벽을 허무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 제4의 벽은 배우의 방패이고 은신처다.

 

제4의 벽을 만들고 우리가 생각했던 방을 구성한다. 벽을 어디에 만들지는 배우의 숙련도에 따라 다른데 초보일수록 관객을 안에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관객들 바로 앞부분에 제4의 벽을 만들고 플레이하는 게 수월할 것이다.

 

물론 시야가 좁아지고 사용할 수 있는 스스로 공간을 제한하기 때문에 배우에게는 편하지만 관객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훈련하고 연습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욕심부리지 않고 서서히 넓혀 나가면 된다.

 

뭘, 봐!

 

 

이런 일련의 연습을 하다 보면 점점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장소를 그려 넣는 게 익숙해진다.

 

서서히 넓혀 나가다 보면 공연장을 메우는 것은 물론이고 사방이 뚫린 자연, 끝도 없는 우주 어디든 그려 넣는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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