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기 수업/수업 기록

#8 말하는 목적은 알고 있니? (서브텍스트 붙이기)

by 산티아Go 2021. 1. 6.
반응형

이제 우리는 어느 정도 상황을 그릴 줄 알고 대사를 내 말처럼 뱉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저번 시간엔 됐는데 오늘은 안될 때가 있고 저번엔 안됐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되는 때가 있다.

 

하지만 하나씩 몸에 익히다 보면 자연스레 많은 것들에 반응하는 나를 발견한다.

 

물론 익숙해졌다고 계속 생각을 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연기는 다시 후진하거나 내 스타일로 고착시키기 마련이다.

 

연기를 나만의 스타일로 만드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배우의 특성을 살려주고 매력적으로 느끼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스타일이 너무 강해지면 우리가 맡아야 하는 배역이 그만큼 흐려진다는 이야기이다.

 

배우는 순백의 상태일 때가 가장 빛난다. 무엇을 그려 넣어도 나의 색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가 배우의 최적이라 할 수 있다.

 

 

 

대사를 할 때의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

 

우리는 살면서 '말을 해야지'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다. 말해야 하는 순간이 있으면 말을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목적이 있어야 말은 한다는 뜻이다.

 

배가 고플 때 '우리 밥 먹자', 무언가를 하기 싫을 때 '나 이거 안 할래' 등 우리의 목적을 위해 말을 한다.

 

하지만 연기는 그렇지 않다.

 

'우리 밥 먹자'라는 대사가 있다면 밥을 별로 먹기 싫어도 문자 그대로 '우리 밥 먹자'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우리의 문제가 발생한다.  대사를 읽을 때 목적을 상실한 채 대사를 뱉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대사에 '서브텍스트'를 붙여야 한다.

 

'서브텍스트'란 말을 하고 있는 메인 텍스트 '우리 밥 먹자'에 붙을 수 있는 숨겨진 의미를 말한다.

 

보통의 경우 메인 텍스트와 서브텍스트가 일치하기 때문에 메인 텍스트의 목적을 그대로 가지고 이야기하면 된다.

 

예를 들어

 

배가 고파서 나는 상대에게 밥을 먹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 '우리 밥 먹자'라는 대사는 메인 텍스트인 '우리 밥 먹자'와 서브텍스트인 '나 밥 먹고 싶어'의 의미가 같다.

 

 

 

문제는 메인 텍스트와 서브텍스트가 다른 문장이 많다는 것이다.

 

아주 지루한 수업을 듣던 도 중 한 학생이 말을 한다.

 

'하, 집에 가고 싶다.' 

 

이 말의 메인 텍스트는 '집에 가고 싶다.'이지만 서브텍스트는 '수업 그만 듣고 싶다.'인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분석을 통해 대사마다 말을 하는 목적과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서브텍스트 붙이기에서 실수를 많이 하는 부분이 2가지이다.

 

첫 번째는 메인 서브텍스트를 벗어나는 실수이다.

 

메인 서브텍스트? 이건 또 무슨 의미인가 싶겠지만 간단하다. 하나의 장면에서 내가 가장 전달하고 싶은 목적을 말하는 것이다.

 

가장 말하고 싶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대화를 할 텐데 메인 서브텍스트를 생각 안 하고 아예 다른 목적을 가지고 말하는 순간들이 있다.

 

물론 뿌리를 뻗어나가는 서브텍스트도 있겠지만 근본은 메인 서브텍스트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서브텍스트를 감정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나 당신을 매일 밤 그리워했어요'라는 대사의 서브텍스트를 잡아보자.

 

흔히들 하는 실수로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서브텍스트를 잡는다. 하지만 감정은 말하는 목적이 될 수 없다.

 

'난 화났어.', '슬퍼.', '엄청 신났어.' 등의 감정 혹은 상태는 말하는 목적의 결과물일 뿐이다.

 

감정이나 상태로 서브텍스트를 잡으면 그 감정이나 상태를 표현하기만 하려 할 것이다.

 

표현하려 하는 것은 연기의 본질에서 어긋난다. 감정이나 상태는 우리가 목적을 말할 때 자연스레 보일 뿐이다.

 

즉, 저 상황에서 서브텍스트는 '나 당신과 사귀고 싶어요' 정도로 잡을 수 있겠다. 물론 이야기의 문맥상 다를 수 있다.

 

 

 

서브텍스트 잡기는 나의 말의 목적에 큰 도움을 준다. 내가 올바른 서브텍스트를 잡고 있냐 없냐에 따라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전달력의 수치가 확연하게 차이 난다.

 

또한 디테일이 떨어지는 서브텍스트를 붙이거나 평범하지 않은 생각으로 서브텍스트를 잡으면 관객들이 어리둥절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이나 상태가 아닌 내가 말을 확실히 할 수 있는 '말의 목적'으로 서브텍스트를 잡아야 한다.

 

우리는 대본을 읽기 위해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배역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목적을 가지고 상대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배우의 의무이다.

반응형

'연기 수업 > 수업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 믿음과 진실  (0) 2021.01.19
#9 숙성하기  (0) 2021.01.12
#7 상황 만들기 (대상)  (0) 2021.01.01
#6 상황 만들기 (장소)  (0) 2020.12.28
#5 범위 만들기  (0) 2020.12.2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