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기 수업/수업 기록

#7 상황 만들기 (대상)

by 산티아Go 2021. 1. 1.
반응형

저번 시간에 범위 만들기에 도움을 주는 상황을 만들었고 그중에서도 장소를 뚜렷하게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이번에는 장소보다 더 중요한 대상을 뚜렷하게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가 연기를 하는데에 있어 나를 있게 해주는 것은 대상이다. 상대방이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상대방이 있다.

 

연기는 절대 혼자 할 수 없다. 물론 혼자 하는 연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극은 2인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상대와 호흡해

야만 한다.

 

연기를 연습하고 공부하다 보면 나 자신에게 집중할 때가 많다. 둘 이상 연습하려면 시간, 장소 등 맞춰야 할 것도 많고

 

서로 하고 싶은 연기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공연이 아닌 이상 둘의 상호 연습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연습을 할 때 상대를 배재하고 나에게 집중하는데 이런 식의 연습이 계속되다 보면 대상을 지운 채 혼자 하고 있다는 것을 관객들도 느끼게 된다.

 

그래도 혼자 독백 연기를 할 때에는 '연기에 상대가 없다'에서 그치겠지만 실제 공연에서 상대를 지우고 자기 대사만 뱉는 것은 최악의 연기가 된다.

 

혼자 얘기하니...?

 

 

그렇다면 어떻게 대상을 그릴 수 있을까?

 

처음 해야 할 일은 대상의 이미지를 그려 넣는 것이다. 대상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생겼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그려 넣는다. 

 

이런 이미지적인 것들은 분석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말인 즉, 분석할 때 대상의 분석도 집요하게 해야 하고 분석이 집요 할수록 대상을 뚜렷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분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대상의 이미지를 올바른 위치에 그려 넣었다면 이제는 대상을 생동감 있게 살려주어야 한다.

 

 

 

대상을 살리는 첫 번째는 대상의 대사이다. 

 

연기할 때 나의 대사가 중요한 것 같지만 사실 더욱 중요한 것은 상대의 대사이다. 

 

나의 대사는 상대의 대사에 반응하는 것일 뿐이다. 상대 대사를 받지 않고 내 대사만 뱉어대면 위의 사진처럼 혼잣말 밖에 될 수 없다.

 

대상에게 대사를 주는 게 익숙해졌다면 다음은 대상의 움직임이다.

 

상대방이 어떤 움직임을 하며 대사를 뱉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그리면 즉각적인 나의 반응이 더욱 나오기 쉽다.

 

이렇게 혼자 있더라도 상대방을 그리고 대사를 뱉고 움직임을 하며 계속해서 대상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다.

 

실재하지도 않는 대상을 그리라니 되지도 않고 계속 지워지고 하다 보니 자꾸 내 대사만 뱉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 천천히 그려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은 나의 편. 지금 노력하면 공연장에서 혼잣말하는 바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넉넉하게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상대를 그려 넣을 때까지, 대상이 대사를 모두 뱉을 때까지, 대상이 행동을 마무리할 때까지 계속 기다려주어야 한다.

 

대상이 대사와 행동을 모두 했을 때, 즉각적으로 나오는 나의 반응으로 나의 대사를 뱉어야 한다.

 

 

 

나는 대사 외우는 게 참 어려웠다. 이 길고 어려운 대사들을 어떻게 외울까 참 많이 고민했다.

 

그리고 연기를 할 때, 외웠던 대사 말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나는 암기과목 시험을 본 것에 불과했다.

 

그러던 도 중 대상 그리기 수업을 듣고 상대방이 대사를 듣기 시작하면서 대사가 저절로 외워졌다.

 

외워졌다기보다는 상대의 대사에 내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물론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한 대사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암기과목이 아닌 연기수업이었다.

 

 

 

내가 나의 말을 뱉었던 첫걸음이 아니었나 싶다.

반응형

'연기 수업 > 수업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9 숙성하기  (0) 2021.01.12
#8 말하는 목적은 알고 있니? (서브텍스트 붙이기)  (1) 2021.01.06
#6 상황 만들기 (장소)  (0) 2020.12.28
#5 범위 만들기  (0) 2020.12.25
#4 분석의 중요성 1  (0) 2020.12.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