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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수업/수업 기록

#9 숙성하기

by 산티아Go 2021.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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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를 그냥 뱉으면 안 된다.'

 

정말 많이 들었던 이야기이다. 대체 무슨 소리일까? 그냥 뱉으면 안 된다니.

 

지금까지 수업들로 대사를 그냥 뱉을 수 없다는 건 안다.

 

분석하고, 범위를 만들고, 상황을 잡고 대사를 해야 하는 것.

 

하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숙성이다.

 

숙성을 해야지... 암..

 

숙성은 기다리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말로 하고 싶을 때까지 참는 것이 숙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말하는 목적을 다루었던 수업에서 연기를 할 때는 목적 없이 대사를 뱉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목적이 없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목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목적을 만들고 해야 하는 것이 숙성이다. 지금 내가 말하고 싶은 이 목적을 참고, 참고 뱉어내는 것이다.

 

이런 숙성의 과정이 더욱 나의 감정을 끌어내 줄 수 있는 것이다.

 

 

 

배우는 실생활을 연기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극적인 상태를 연기한다.

 

작품의 대부분이 실제 사람이 겪지 못하는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거나 극한의 감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는 표현하려 해서는 안되지만 상황에 맞는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을 길러주는 방법이 '숙성'이다.

 

 

 

지금 나는 굉장히 배가 고프고 밥을 주는 누군가에게 '배고파요! 밥 좀 주세요'라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바로 대사를 할 수 있겠지만 현재 내 상태를 더 의식하고 목적을 되새기면 더 깊은 상태의 대사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숙성을 말할 때 기술적으로 기다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기다림과 숙성은 확연히 다르다. 

 

기다림은 멈춤의 뜻을 가지고 있지만 숙성은 내면에서 더욱 차오르고 있는 상태이다.

 

숙성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몸의 상태의 변화가 느껴진다.

 

'기다려!'

 

몸 상태의 변화는 개인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라고 정할 수 없다.

 

나를 예로 든다면 우선 손끝이 저릿하고 눈가가 촉촉해진다. 모든 신경이 눈과 코 쪽으로 쏠리고 주변이 지워진다.

 

상태가 변하면서 자연스레 범위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한 번에 ON/OFF가 되는 게 아니다. 이게 참 슬픈 배우들의 현실이다.

 

본능적으로 상황이 처해지면 몰입하는 훌륭한 배우들도 있지만 숙련되지 않거나 특성상 하기 힘들 수 있다.

 

숙성 역시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모든 연기와 그에 필요한 것들은 하나하나 훈련을 통해서 습득할 수 있다.

 

 

 

내 감정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고 나의 말하고자 하는 목적을 진하게 해주는 숙성의 시간이 있어야 대사 하나하나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는 항상 생각한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 모두가 관객들의 가슴에 꽂히기를 바란다. 이런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배우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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