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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수업/수업 기록

#10 믿음과 진실

by 산티아Go 2021.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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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거짓일까, 진실일까?

 

연기를 하는 배우가 깊은 생각을 하다 보면 마주하는 질문이다.

 

내가 방금 했던 대사는 진실했을까? 거짓이었을까?

 

방금 전에 플레이하고도 대답하지 못한다.

 

 

 

연기자들은 우리가 하는 모든 것에 진실해야 한다.

 

하지만 연기라는 것 자체가 허구이고 거짓이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살인자가 나오는 영화가 있다고 해서 실제 살인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우리는 실제에 가깝기 위해 노력하고 관찰하고 탐구할 뿐이다.

 

실제에 가까운 느낌, 감정을 느끼기 위해, 실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만약 실제로 사람을 죽인다면 그것은 연기가 아니다. 

 

연기자는 진실한 마음으로 연기해야 하지만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이 배우의 딜레마이고 실제로 수도 없이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연기는 실제와 허구 그 사이에 있는 어딘가라고 말하고 싶다.

 

저 선 어딘가..?

 

 

허구를 진실로써 믿기 위해서 어떤 방식들이 있을까.

 

실제의 삶을 잘 관찰해야 한다. 

 

만일 세수를 끝마치고 로션을 바르는 연기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로션을 짜고 손에 비벼 얼굴에 바른다.' 이겠지만 실제에서는 그렇지 않다.

 

'로션을 들고 뚜껑을 따고 로션이 나올 때까지 짜고 왼손에 로션이 짜여진 채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뚜껑을 닫고 로션을 두고 손을 비빈다.'

 

'로션들을 손가락 쪽까지 펴주고 볼 주변부터 부드럽게 바르기 시작한다. 코 주변, 눈 주변, 눈에 힘을 빼고 눈가까지 촉촉하게 발라준다.'

 

'마지막으로 잘 스며들도록 여기저기 잘 두들겨준다.'

 

이렇듯 한 행동들을 생각했을 때 실제와 상상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관찰력, 눈이 좋아야 한다. 사소한 일을 할 때에도 '이런 일은 이런 과정들이 있구나' 생각해야 하며

 

소위 말해 디테일을 잡아나가야 한다.

 

이런 디테일이 떨어지면 실제에 가까워지지 못하고 오류가 나기 마련이다.

 

 

 

특히 감정이 차오르는 순간들도 나의 감정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두어야 한다.

 

어떤 일이나 사건을 목격했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이렇구나' 나 스스로를 잘 관찰해야 한다.

 

이런 과정들이 배우로서 쉬운 것이 아니다. 행동 하나, 감정 하나 모두를 관찰해야 하는데 이만저만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그래서 휴식도 굉장히 중요하다.

 

감정 소모, 기억, 관찰 등을 생활화하면 쓰이는 에너지가 많기 때문에 휴식할 때에는 모든 생각이 딴 데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기와 관련 없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머리를 최대한 비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에 말했던 것들은 말로 표현하기 정말 어려운 것들이지만 분명히 배우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고민이다.

 

실제가 되어야 하는 배우가 허구의 삶을 연기하고 허구임을 정확히 이식해야 한다는 것.

 

평생 동안 배우가 안고 가야 하는 숙제이자 근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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