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추천할 대사는 안톤 체호프 작 '세 자매' 작품의 이리나 역이다.
저번에 포스팅했을 때 말한 것처럼 1막의 이리나와는 다른 3막의 이리나이다.
1막의 이리나보다 더욱 무겁고 현실을 깨달아버린 3막의 이리나는 감정이 더욱 묵직하다.
가볍고 뜨는 듯한 감정보다 무겁고 진지한 장면이 어울리는 배우에게 추천할 만한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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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나:
모두들 어디로 가버린 걸까?
난 모조리 잊어버렸어. 잊어버렸어.. 머릿속이 진흙범벅이 돼버렸어.
이탈리아어로 창문이나 마루를 뭐라고 하는지 난 전혀 기억할 수가 없어. 모든 것을 잊어가고 있는 거야, 날마다.
우리는 절대로 모스크바에 갈 수 없을 거야. 절대로 못 간다는 걸 난 알고 있다구.
올가: 얘야.. 이리나.
이리나: (자신을 억제하며) 난 일을 할 수가 없어.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
전에 전보국에 있을 때도 그랬고 지금 시청의 일도 그래.
내 나이 벌써 스물둘에 세월은 가고 나이는 많아지고 아름다운 생활과는 자꾸 거리가 생기고.
어디론가 굴러 떨어지고 있는 것만 같아. 그동안 어떻게 내가 살아왔는지 어떻게 생명을 부지해 왔는지
모르겠어.
올가:
네 언니로서 이야기하는 건데 너 남작 하고 결혼하면 어떻니? 사실 그 사람 인물은 잘나지 못했지만 순박한 사람이야.
세상에는 빚 때문에 애정도 없는 결혼을 하는 사람도 있잖니. 어떤 사람이라도 사람만 훌륭하다면 상관없어. 난 승낙할 거야.
이리나:
난 모스크바로 가게 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어. 거기 가면 내 진정한 상대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난 그 사람에 대해 공상하고 사랑해왔어. 지금 와서 생각하면 바보 같은 짓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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