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반 긴장 반.
TV, 영화관에서나 봐오던 연기를 내가 한다는 떨림.
집에서 몰래 인상 깊었던 장면을 따라 해 보고 '꽤 괜찮은데?' 하며 으쓱하던 기억들.
여기서는 내가 유아인이고 원빈이고 이병헌이라구요옷! 어떤 면에서는 내가 더 나을 수도? 🦸♂️
이런 설렘과 떨림으로 가득 차 있던 첫 연기 수업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짧은 대사 지문을 받고 '이게뭐지..?' 하며 그저 읽었다.
지문이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바로 입으로 뱉어버렸다.
크게 소리내지도 못하고 입 끝으로만 웅얼웅얼.
내 차례가 되고 앞에 나가자 눈 앞이 캄캄해졌다.
어딜 봐야 하는지, 무슨 자세를 해야 하는지 당황스러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대사 지문을 읽는 것뿐. 책 읽듯이 지문에 코를 박고 읽었다.
로봇이 해도 이것보단 자연스럽게 읽었겠다.
'어라, 내가 생각했던 연기는 이게 아니었는데..'
좀 더 멋있고, 슬프고, 웃기고, 내 가슴을 전율시키던 그 연기는 뭐였지?
TV,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연기자들이 존경스러웠다.
심지어 저 사람은 정말 연기 못한다고 생각했던 그 배우들 조차 나에게는 하늘 같은 존재들이 되었다.
그렇게 첫 연기 수업이 끝이 났고 이상한 공허함과 허탈감, 스스로에 대한 애잔함이 몰려왔다.
'지금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니?', '아니, 계란아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 줄은 알아?'
'아니..? 나 무슨 말 하고 있어?'
위로할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 처음이니까. 이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위로가 무색하게 몇 번의 연기 수업을 그렇게 날려 보냈던 것 같다.
연기에 대한 첫 번째 깨달음을 알기 전까지 한동안은 계속 로보트보다 못한 존재였다. 삐리삐립 🤖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버텼다. 나는 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처음이니 당연히 못 할 수 있다. 인정.
하지만 언젠가는 내가 봐왔던 사람들 처럼 연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렘.
이 두가지가 내 허탈함을 상쇄시켜 주었고
이런 마음 가짐이 연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마음 자세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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