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기 수업/수업 기록

#2 연기를 재 배열하다

by 산티아Go 2020. 12. 20.
반응형

Arrange : 정리하다, 배열하다

 

 

 

대사를 뱉기 전 모든 배우들이 필수적으로 해야 할 과업이다.

 

대본은 작가가 만들어 내지만 대본을 재 해석하여 장면을 재현하는 일은 배우와 연출의 몫이다.

 

연기 초기의 작업이고 이 작업에서 내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가 정해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모든 배우는 각자의 버릇과 말투가 있다. 어색해 하는 단어, 입에 붙지 않는 말투들은 본인이 올바르게 말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들로 바꿔주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연출이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 본연의 설정이나 의미가 바뀌어서는 안된다.

 

특히나 오래된 작품, 외국 작품일수록 어레인지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 시대적 배경이나 번역에서 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4대 비극 중 '햄릿'의 햄릿 대사를 맡아 연기했던 적이 있다.

 

햄릿 : 이것을 좀 봐요. 두 형제의 얼굴을 그린 이 초상화와 저것을 이 미간에 서린 기품, 이 어른이 바로 당신의 남편이었읍니다. 그런데 그다음 저것을 좀 보십시오. 저것이 현재의 당신 남편입니다. 이 인종지말 당신의 눈이 있습니까. 그래 이렇게 고귀한 당신이 이렇게 더러운 늪에 내려와서 시궁창 흙탕물을 마시는 것입니까. 당신의 나이가 되면 맹목적인 정열이란 것이 가라앉아서  넉넉히 분별 판단도 함직한데, 어찌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겨가셨단 말이요. 정욕이 있는 것을 보면 감각도 있으련만 그 감각이 마비되었단 말씀이요. 당신은 얼굴도 붉힐 줄 모릅니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한눈에 볼 수가 없다.

 

어레인지 없이 이런 대사를 뱉으면 말을 하면서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여기서 하고자 하는 말을 두 줄로 요약하자면

 

"어머니는 왜 고귀한 선왕의 품을 벗어나 추악한 현왕에게로 갔습니까?

나이가 들면 정욕도 가라앉기 마련인데 어머니는 부끄러움도 모르십니까?"

 

이 메시지를 바탕으로 어레인지를 해보자면 이런 식으로 진행될 듯하다.

 

햄릿 : 이것 보세요. 두 형제의 초상화입니다.

 (선왕의 초상화를 가리키며) 이 미간에 서린 기품, 이 분이 바로 어머니 남편이었습니다.

 (현왕의 초상화를 가리키며) 이번에는 이 그림 보세요. 저 추악한 인간이 현재 어머니 남편입니다. 

 어떻게 이런 고귀한 분을 버리고 이런 더러운 늪에 내려와서 시궁창 흙탕물을 마실 수 있습니까?

 어머니 나이면 정열도 가라앉아 분별력이 생기 실 텐데 어째서 여기서 저기로 옮겨가셨단 말입니까?

 정욕이 있는 것을 보면 감각도 있으련만 그 감각이 마비되셨습니까? 어머니는 부끄러움이 뭔지 모르세요?

 

나에게는 전자의 햄릿보다 후자의 햄릿이 더 와 닿고 대미지를 잘 받을 수 있는 대사이다.

 

 

 

물론 연출의 의도나 캐릭터의 성격이 훼손된다면 본래의 대사 그대로 해주어야 옳다. 

 

어렵지만 의도를 파악하고 대사를 뱉기 위해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 자신이 대사를 본인의 말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레인지는 대사를 뱉기 전 필수적인 요소이며 가장 적절하고 본인에게 잘 붙는 말을 찾아야만 한다.

 

캐릭터를 나와 일체 시키는 첫 번째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반응형

'연기 수업 > 수업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범위 만들기  (0) 2020.12.25
#4 분석의 중요성 1  (0) 2020.12.22
#3 내 목소리로 연기하자  (0) 2020.12.21
#1 연기를 처음 접할 때  (0) 2020.12.19
#0 연기를 처음 생각 했던 날  (0) 2020.12.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