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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수업/수업 기록16

#9 숙성하기 '대사를 그냥 뱉으면 안 된다.' 정말 많이 들었던 이야기이다. 대체 무슨 소리일까? 그냥 뱉으면 안 된다니. 지금까지 수업들로 대사를 그냥 뱉을 수 없다는 건 안다. 분석하고, 범위를 만들고, 상황을 잡고 대사를 해야 하는 것. 하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숙성이다. 숙성은 기다리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말로 하고 싶을 때까지 참는 것이 숙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말하는 목적을 다루었던 수업에서 연기를 할 때는 목적 없이 대사를 뱉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목적이 없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목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목적을 만들고 해야 하는 것이 숙성이다. 지금 내가 말하고 싶은 이 목적을 참고, 참고 뱉어내는 것이다. 이런 숙성의 과정이 더욱 나의 감정을 끌어내 줄 수.. 2021. 1. 12.
#8 말하는 목적은 알고 있니? (서브텍스트 붙이기) 이제 우리는 어느 정도 상황을 그릴 줄 알고 대사를 내 말처럼 뱉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저번 시간엔 됐는데 오늘은 안될 때가 있고 저번엔 안됐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되는 때가 있다. 하지만 하나씩 몸에 익히다 보면 자연스레 많은 것들에 반응하는 나를 발견한다. 물론 익숙해졌다고 계속 생각을 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연기는 다시 후진하거나 내 스타일로 고착시키기 마련이다. 연기를 나만의 스타일로 만드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배우의 특성을 살려주고 매력적으로 느끼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스타일이 너무 강해지면 우리가 맡아야 하는 배역이 그만큼 흐려진다는 이야기이다. 배우는 순백의 상태일 때가 가장 빛난다. 무엇을 그려 넣어도 나의 색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가 배우의 최.. 2021. 1. 6.
#7 상황 만들기 (대상) 저번 시간에 범위 만들기에 도움을 주는 상황을 만들었고 그중에서도 장소를 뚜렷하게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이번에는 장소보다 더 중요한 대상을 뚜렷하게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가 연기를 하는데에 있어 나를 있게 해주는 것은 대상이다. 상대방이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상대방이 있다. 연기는 절대 혼자 할 수 없다. 물론 혼자 하는 연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극은 2인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상대와 호흡해 야만 한다. 연기를 연습하고 공부하다 보면 나 자신에게 집중할 때가 많다. 둘 이상 연습하려면 시간, 장소 등 맞춰야 할 것도 많고 서로 하고 싶은 연기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공연이 아닌 이상 둘의 상호 연습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연습을 할 때 상대를 배재하고 나에게 집중하는데 이런 .. 2021. 1. 1.
#6 상황 만들기 (장소) 범위를 만들 때 배우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장소를 구체적으로 그려 넣으면 내가 가질 수 있는 범위가 그만큼 넓어진다. 우선은 작은 공간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범위 만들기에서 가까운 거리부터 몰입을 시작했듯이 장소도 동일하다. 극의 장소를 인용하여 그려 넣어도 좋고 연습을 할 때에는 본인의 상상력으로 그려 넣어도 무방하다. 작은 방안에 대상의 위치를 우선적으로 그려 넣은 후 세부적인 것들을 잡아간다. 예를 들어 나는 햄릿을 연기할 때 덴마크의 왕자가 가지고 있을 만한 장식들, 물건들을 찾아보고 정리했다. 그리고 종이에 방을 그리고 그 안에 대상과 물건들 장식들을 그려 넣었다. 어느 정도 그림이 완성이 되면 빈 방이나 깔끔한 방에 들어가 그림의 장식, 물건, 대상들.. 2020. 12. 28.
#5 범위 만들기 연기를 처음 시작한 초보 연기자에게 가장 어려운 점을 묻는다면 '주변을 지우고 온전히 극 중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 일 것이다. 배우라면 다들 하는 것이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 혹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한다고 상상하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내가 연기를 한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우들의 이런 고도의 집중과 몰입에 감탄한다. 얼마나 어렵냐? 한 번 보자. 이런 웅장한 장면. '저런 상황과 분위기, 장소라면 나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은 초록 텐트에 매달려서 열연을 펼쳐야만 한다. 이렇듯 배우는 주어진 상황의 도움을 받으면 좋지만 대개의 경우 기대를 안 하는 것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상황을 만들고 .. 2020. 12. 25.
#4 분석의 중요성 1 대본을 분석하고 캐릭터를 분석하는 일.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단계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낸다. 시나리오에 불과했던 작품을 분석을 통해 세계관을 구축해 나간다. 내 캐릭터가 지구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만 같은 생명력을 부여한다. 나를 잠시 내려놓고 내가 그 캐릭터의 세상을 구축해서 캐릭터의 삶을 잠시 엿보는 것이다. 분석을 하면 할수록 그 세계관은 구체화되고 엿보기 수월해진다. 그런 식으로 엿보다 보면 캐릭터의 세계관에서 잠시 나를 허락해주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을 보여주는 것이 연기이다. 사실 분석이라는 것은 배우라면 모두가 자연스레 진행한다. 깊이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배우는 집요해야 한다. 나의 세계관에 빈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 .. 2020.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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